‘Humanic(휴머닉)’이란 단어는 없다. ‘휴머닉’은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들어낸 용어로 디지털 질서가 만연한 오늘날, 인간의 신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따라서 ‘휴머닉’과 ‘데이터’의 조합은 디지털 기술의 맥락에서 바라본 인간 중심적 정보를 가리킨다.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반(反)사물의 시대에 사물로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물들에는 디지털 감각(Digital Sensibility)이 깊게 스며있다. 따라서, 디지털과 인간이 모든 면에서 상호 배타적일 순 없다. 이에 《Humanic Data》는 디지털과 인간의 정태적 구분을 도모하기보단, 서로의 영역을 교차하는 동태적 모험을 보여주고, 여기서 파생될 새로운 가능성들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강승우
예상치 못한 충격에 에어백이 터지듯이, 진실로 믿고 있는 많은 기억은 무의식적 방어기제에 의해 재가공된 것이다. 기억은 그러한 편집 과정에서 생략되기도 하고 과장되기도 하며 때로는 양심, 명예, 공포감 따위의 감정들로부터 은폐되고 고착화되어 결말지어진다. 이렇듯 무의식적 방어기제에 의해 완성되는 기억은 영화제작의 후반 편집 과정과도 비슷하다.


<2Q027-001>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게 될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이른바 롱 쇼트(Long-shot)로 버스의 내부를 비춘다. 배경이 되는 버스는 특정한 순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의 기억들을 통제하는 하나의 메타포로서 기능하고 버스의 내부에는 선택을 기다리는 일곱개의 편집된 기억들이 서로 다른 모습을 띄고 결말로 향한다. 전체를 관장하게 되는 것은 선택된 기억의 관점으로만 이루어지며 이는 모니터 속 화면으로 회피한 그의 시점 쇼트(Point-of-view shot)로 표현된다.카메라는 익스트림 롱 쇼트(Extreme long-shot)를 활용해 정체된 도로를 비추며 멀어지고 세 가지의 쇼트는 하나로 이루어져 이미지는 다시 버스의 내부로 진입한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무의식 속 방어기제에 의한 선택적 기억과 관점을 더욱 광범위한 디지털의 시공간 안에 위치시키는 시도이며 영화적 회화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는 방법이다.


김명찬
나는 시대의 흐름에 유기적으로 동반되는 감각의 변화를 형상화하고자 한다. 내가 정의하는 회화의 전제 조건은 질료로 ‘그리는 행위’이기에 형식과 내용은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44,000년 전 누군가가 동굴에 멧돼지를 그리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오늘의 경험을 그린다. 최근에는 동시대 시각문화 속 분절적이고 점멸적인 감각에 집중해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나아가 산업용 자재(Industrial material)를 그림의 지지체로 사용하거나 디지털 공간의 구조를 활용한 설치를 통해, 회화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실험하고 있다.


손가락과 유리의 가벼운 접촉 한 번이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같은 숏폼 콘텐츠의 특징이다. 나는 이것들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곳의 물리적 구조를 직시하게 됐다. 이내 그 구조물들을 현실의 공간에 설정하여 신체로 경험하고자 했다. 가령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에서는 큐브형 구조물이 회전함으로써 화면이 전환된다. <스토리 인터페이스> 연작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사각기둥을 회화와 융합한 것이다. <탭> 연작은 제목 그대로 탭 브라우징의 특징을 반영한 작업이다. 공통적으로, 점멸이 용이한 구조안에서 분절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 내용들을 회화로 전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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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o Kang

Myungc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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