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승, 최이안

2025년 7월 10일 (목) – 7월 31일 (목)
*일·월요일 휴관
오후 1시 – 6시

오프닝 리셉션
7월 10일 (목) 오후 5시 – 7시

YK PRESENTS
서울 중구 을지로43길 13 지하 1층

구태승(b.1998)의 작업은 부서진 이미지를 수집하기에 우연함을 붙잡아 두기 위한 강도 높은 성실함과 정밀함을 요구한다. 얼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목재의 주름과 상처를 모방하는 일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려진 것과 보이는 것이 포개어진 회화의 레이어는 아이러니의 어원인 에이로네이아(εἰρωνεία)가 변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작품에는 물감이 쌓이고 지워지는 자리마다 흔적이 아닌 무언가를 찾고자 했던 화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무의지적 기억이 견인하는 그림의 표면은 태양의 흑점이나 회전하는 목성의 무늬를 닮아 있기도 하고 풍경과 신체의 일부를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 합판이 제작되는 방식을 참조하는 근래의 연작에서는 물감층과 그림층의 경계를 재료로 삼아 실재하지 않는 원본에 먼지와 자국을 덧입힌다. 구태승의 그리기는 우리의 눈을 속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보다 더 실제적인 허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록 미적 행위의 무용함을 넘어서려고 하는 시도가 불가능성을 마주한다고 해도 관조를 허용하는 그림들의 양태를 깊이 들여다볼 때면 단순한 외연이 새로운 인상을 안겨 준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리게 된다.

최이안(b.2000)의 그림은 선명한 이미지 속에 있기에 언제라도 흐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작가의 그림이 동력을 얻는 과정은 주로 우리에게 친숙한 동식물이라는 소재에 달라붙어 있는 관념을 비틀어 모순을 발생시키면서 이루어진다. 연약함과 위협감이 뒤섞이고 무해함과 섬뜩함이 공존하는 이러한 형식은 의미상의 전진과 후퇴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것으로서 사물의 온전함에 대한 작가의 무의식적인 저항이 시각화된 결과다. 외투를 껴입은 기호들은 그 자체로 불가해한 불안을 가시화하며 재현의 원환적인 순환 구조를 벗어난다. 그림 안에서 형태들, 곧 단어들은 직관적으로 서로 어울리기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접합하거나 분리되면서 시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침묵에 빠진 도상들은 미완의 형상이 되기를 자처하며 비언어적인 감정을 불수의적으로 환기한다. 작품마다 하나의 수사법이 필요하다는 듯이 최이안의 그림은 각각이 생경한 관점과 특성을 드러낸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처럼 주어진 수단들을 낯설게 살펴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이다.

글 강동호
주최 YK PRESENTS